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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위대한 오케스트라입니다. 빗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동시에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장관이지요. 고요하다가도 이 모든 것이 하나 되는 순간 장엄한 소리로, 또 거친 포효를 하다가 아름다운 향연으로 변하거든요. 거기다가 구름, 안개 등 시시각각 더해지는 모습은 엄청난 장관을 연출합니다."
윤종빈(59) 크로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는 등산 마니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산에 오른다. 산행하면서 한 주를 정리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그의 루틴이다. 그는 연중 산행하면서도 매번 느끼는 산에서의 느낌은 다르다고 했다. 특히, 장마철 빗소리 들으모바일바다이야기
며 바위에 앉아 있거나, 바람 불고 눈 내리는 날 계곡에서 잠시 길을 멈추면 시시각각 변하는 분위기야말로 산행의 묘미라고 했다. 이것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산에서 한 주 정리, 목표 설정
그는 "홍보회사를 운영하면서 온갖 풍파를 겪어왔지만, 산에서 느끼는 이 묘한 기분은 비교할 수 없지요. 빗방울이 거세지면 거센 대야마토게임
로 맞으며 산행하고, 눈이 내리면 눈 맞으면서 산행하며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습니다."
윤 대표는 "산행하는 순간 자연에 동화된다"며 "세상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 산과 하나 돼 오롯이 산의 분위기, 매력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윤 대표는 1년 52주 산을 찾는다.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전국의리치엠파이어
산을 찾는다. 2002년부터 24년째 해온 습관이다. 태릉중학교 다닐 적부터 친구들과 불암산, 수락산을 오르내린 것이 시작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영국·스코틀랜드에서 유학하면서 글렌코 등 유명 산을 트레킹하면서 산행은 어느덧 삶의 일부가 됐다.



윤 대표가 좋아하는 산 중 인터넷백경
하나인 오대산 노인봉 정상 표지석에서 포즈를 취했다.


2002년 귀국해 바이오벤처사에서 홍보 마케팅을 하면서 방송 작가를 만난 것이 산과의 인연을 더했다. 대화 중 산 얘기가 나왔는데 작가들 중심으로 산악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윤 대표는 바로 그 주부터 작가산악회 산행에 동반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오션파라다이스 게임
산악회였다. 거기 터줏대감이 김운경 작가였다. 당시 공중파 3사를 오가며 드라마작가로 유명세를 날리던 김 작가를 알게 되면서 진정한 산행의 의미와 인간관계를 알게 됐다. 무작정 산에 다니는 게 아니고 산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간관계를 정립하게 된 것이다.
그는 "김 작가는 후배 작가들에게 술만 마시지 말고 산에 다니면서 땀도 흘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을 챙기고 작품 구상도 하라고 했다"고 했다.
북한산만 수백 번 올라
'매주 토요일 9시 구파발역 2번 출구'는 이 산악회의 정해진 약속 장소다. 5년간 북한산을 오르며 어지간한 코스는 섭렵했다.
2006년 김 작가가 히말라야를 간다고 했다. 김 작가는 작품 하나가 끝나면 항상 히말라야를 간다는 것이었다. 쌓인 거 털고 새 작품도 구상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 김 작가와 18박 19일 일정에 동참했다. 4명이 함께 갔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로 가는 일정이었다. 루클라~남체~촐라체~칼라파타르~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까지 다녀온 것이다.
윤 대표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온 뒤 산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이고 두려운 존재인지"를 느꼈다. 그러면서 혼자 산행할 자신감도 생겼다. 본격적으로 산에 대한 도전을 한 것이다. 여럿이 가는 산행 대신 혼자 가는 산행을 시작했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에서 가평 명지산, 화악산 등 경기도 주변 산을 넘어 영남알프스 등을 올랐고 사진기자 산악회와 인연이 돼 지방의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윤 대표가 러시아 극동 캄차카에 있는 클류체프스키야산(4,750m) 동계 등반을 하면서 러시아 지질학자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는 "사진기자 산악회와 지방 산행 때는 버스만 타면 출발점에 내려다 주고 산행을 마치면 종점에서 버스가 기다리니 편했다. 차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몸만 가면 됐기 때문이었다. 원점회귀 대신 맘껏 산행을 해서 좋았다"고 했다.
윤 대표는 북한산을 500번 넘게 산행했다. 그는 북한산만큼 좋은 산은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대중교통을 타고 접근 가능하기 때문이다. "100대 명산 같은 산행은 하지 않는다. 정상에 가서 인증 샷 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대신 산에 갈 때마다 욕심을 버리고 오롯이 명상을 하는 마음으로 산행에 나선다"며 "산행은 요가와 같은 평정심과 균형 감각을 준다"고 했다.
윤 대표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으로 2006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꼽았다.
"산이 무섭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나대다가는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촐라체에서 하산하던 길이었는데 맑은 날씨였다가 갑자기 눈보라가 치더니 세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눈앞에 보이던 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네팔 현지 가이드도 당황할 정도였다"
가장 동행하고 싶은 등산 파트너는 딸
윤 대표는 브리지스톤, 중국 전기차 BYD, 레키, 등산화 로바 등 다국적 회사의 홍보를 대행한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회사들을 홍보한다. 내 자신이 제1 소비자로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다 보니 다양한 제품을 쓰면서 느낀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제품이 실제 도움이 되는지를 직접 체험한다. 스틱이나 등산화도 써보고 직접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60줄이 되니, 특히 40~50대에게 등산을 권하고 싶다"며 "40대 지나면 가족이나 직장의 무게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체력을 키우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등산만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40~50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문지방 코스'라고 하지 않는가. 문지방만 넘을 의지가 있으면 산에 다니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잡을 수 있다"고 했다.
'꼭 산행을 함께하고 싶은 대상이 있는지' 윤 대표에게 물었더니 "대학생 딸"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 딸과 산에 가본 적 있지만, 그때는 딸이 아무 생각 없이 아빠를 따라나선 것이었을 테고…. 지금은 딸과 어느 산이라도 산행하면서 이런저런 인생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