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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오른쪽)이 퇴장 명령을 한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22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 대 국회는 연일 ‘파행’이다. 190석에 달하는 범여권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개헌만 빼면 모든 법안과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107석에 불과한 제1야당이자 소수야당 국민의힘과는 합의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표결을 강행한 사례가 개원 15개월 만에 전세금반환청구권 180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의석이 비등했던 20대 국회에서 4년 동안 7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25.7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표결 강행을 주도하고 있어 “협치의 실종을 넘어 종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야당의 견제장치는 전부 무력화된 상태다. 쟁점법안을 최장 90일 일자리 간 숙의하도록 하는 안건조정위원회는 여권 우위로 구성돼 단 10분 만에 종결되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도 24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하루짜리다. 결국 무력한 야당이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차대출 ◆헌정사상 역대급 ‘표결 강행’ 국회
3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이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30일 임기가 시작된 22대 국회 전체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에서 안건에 대한 ‘이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표결에 부쳐 의결한 건수가 180건(9월4일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 별내택지개발지구 됐다.
18∼21대 국회와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18대 44건, 19대 10건, 20대 7건에 불과했던 ‘표결 강행’ 건수가 민주당이 범여권 의석 180석 이상을 확보한 21대 국회부터 64건으로 늘어났고, 22대 들어서 아직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200건에 육박한 것이다.
일방 표결이 가장 많은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다. 민주당 정청래·이춘석(현 무소속) 의원을 거쳐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가 85건(전체회의 74건, 소위원회 11건)으로 가장 많은 일방 표결 횟수를 기록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과방위는 52건(전체회의 47건, 소위원회 5건)으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위원장인 행정안전위원회도 13건(전체회의 12건, 소위원회 1건)으로 3위에 올라 이들 세 상임위의 일방 표결 사례가 전체의 83%에 달했다.
법사위는 국회 법안 심사의 최종 관문이고, 과방위·행안위는 정부·여당이 추진한 ‘언론·검찰개혁’ 법안의 소관 상임위다. 경영계가 반대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법조계가 우려한 검찰청 해체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3법 등 논쟁적인 법안들이 야당과 합의 없이 여당의 일방 표결로 상임위를 통과했고, 본회의에서는 단독 처리됐다.
이들 상임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무력감을 넘어 절망감을 토로한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A 의원은 통화에서 “표결 강행뿐 아니라 상임위 자체를 여당이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며 “회의 일정도 간사 간 협의 없이 일방 통보하고, 야당이 항의하니 여당 간사가 ‘통보도 협의’라고 했다”고 전했다. A 의원은 “우리는 동등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만 있다”고 분개했다.
법사위도 야당에서 ‘기피’ 상임위가 되어가고 있다. 범여권 의원이 10명, 국민의힘 의원은 7명으로 쪽수 싸움부터 밀리다 보니 여당이 주로 공방전에서 승기를 잡는 형국이다. 야당 의원들은 매번 항의의 표시로 상임위장을 퇴장하거나,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따라 퇴장당하는 결말을 맞는다. ‘고생만 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법사위원 지원자를 찾기 힘든 탓에 ‘선수 교체’에도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거대여당’ 견제 수단은 전무
문제는 거대여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 내내 여당의 독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야당이 여당을 저지할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파의 일방통행을 막기 위한 장치인 필리버스터와 안건조정위는 이미 무력화됐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필리버스터는 ‘무제한’이 아닌 ‘24시간 토론’으로 전락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어 민주당은 매번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하루 만에 강제 종료시켰다.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법안 발의까지 예고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더는 형식적인 필리버스터를 남발하는 국민의힘을 방치할 수 없다”며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 소모적 국회 운영을 개선할 관련 법을 빠르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다투는 법안을 최장 90일까지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는 길어야 30분 만에 끝난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의원 동수로 구성돼야 하지만, 비교섭단체 몫에 범여권 정당 의원이 배정되면서 숙의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의결에 돌입한다. 지난 4일 법사위에서도 야당의 요구로 ‘더 센’ 특검법으로 불리는 3대 특검법 개정안이 안건조정위에 회부됐지만, 범여권 4명(민주당 3명·조국혁신당 1명) 대 국민의힘 2명으로 구성돼 법안이 단 10분 만에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과방위에서도 지난 11일 방송통신위원회를 17년 만에 폐지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대한 안건조정위가 열렸지만 범여권 4명 대 야당 2명의 수적 우위 구도로 30분 만에 종결됐고, 법안은 곧바로 전체회의에 올라가 여당 단독 표결로 통과됐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럴 바에는 나가서 싸우는 게 낫다.”(국민의힘 영남권 중진 의원)
야당이 지난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6년 만의 대규모 장외 투쟁을 전개한 것도 이러한 무력함과 맞닿아 있다. 원내 투쟁이 무의미하니 원외에서라도 국민에 직접 호소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당 내부에서도 정권 초기부터 거리로 나서 여론전에만 몰두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컸다.
결국 여당은 독주하고, 막을 길 없는 야당은 국회를 떠나는 ‘정쟁의 늪’에서 여야 협치는 갈수록 요원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에 몸담았던 전직 재선 B 국회의원은 “관례가 깨지고, 인내는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전무후무한 국회”라며 “국회에 이미 ‘폭주 DNA’가 새겨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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