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흔히 스포츠 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땀과 눈물, 예상을 뒤엎는 반전과 극적인 결말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 이 ‘각본 없는 드라마’가 각본 있는 영화가 된다면 어떨까?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볼 만한 ‘실화’ 바탕 스포츠 영화 다섯편을 골랐다.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역동적인 드라마와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들이다.
승부(바둑)
영화 ‘승부’는 한국 바둑의 신으로 불린 스승 조훈현(이병헌)과 그의 제자, 바둑 신동 이창호(유아인)의 사제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스승과 제자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이 펼쳐진다. 한국 바둑계를 지배하던 해드림반찬 조훈현은 천재 소년 이창호를 발굴해 제자로 삼고 자신의 바둑을 전수하려 한다. 그러나 이창호는 스승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바둑을 완성한다. 그렇게 이창호는 스승을 뛰어넘는 존재로 성장하지만, 타고난 승부사 조훈현은 자존심을 걸고 다시 한번 정상 도전에 나선다.
‘승부’는 사제간 대국 재현을 넘어, 세대교체의 순간과 그 속에 담긴 인간적 학생대출 갈등을 섬세하게 그렸다. 그 사이 피어나는 인간적 교감도 울림을 선사한다. 바둑을 잘 모른다면 바둑의 수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긴장감을 즐기기를 추천.



영화 ‘머니볼’ 스틸컷. 배급사 제공


해드림대출머니볼(야구)
‘머니볼’은 2002년 메이저리그(MLB) 만년 최하위 팀이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적은 예산과 비인기 선수들로 리그 판도를 흔든 기적을 그린 영화다. 빌리 빈(브래드 핏) 단장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조나 힐)와 함께 ‘세이버메트릭스’라는 통계적 분석 방법을 통해 선수 영입에 나선다. 이후 명성 중심의 기존 스카우트 개인신용평가사 방식을 깨고 과학적·객관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저평가된 선수들을 모아 팀을 재편했다. 이들의 방식은 기존 야구계로부터 큰 저항을 받았지만, 빌리는 뚝심 있게 방식을 고집했고 결국 오클랜드는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영화는 단순한 야구 이야기가 아니라, 전통적인 스포츠 경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두 인물 캐피탈업계순위 의 의지와 용기에 방점을 찍는다. 이후 ‘머니볼’은 데이터 기반 팀 운영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보너스 하나 더. 드라마 ‘스토브리그’(SBS)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 야구팀 운영의 묘미를 그린 작품으로 연이어 보기도 강추다.



영화 ‘쿨러닝’ 스틸컷. 배급사 제공


쿨러닝(봅슬레이)
‘탈룰라’라는 밈을 아는지? 영화 ‘쿨러닝’에서 유래된 말이다. 봅슬레이 팀 주인공 한명이 썰매 이름을 두고 “탈룰라 어때?”라고 제안하자, 동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가 “우리 엄마 이름이야”라고 말하자 동료들은 곧바로 “아주 예쁜 이름이네”라며 태도를 바꾸는 장면에서 나온 말이다.
이처럼 유쾌한 농담으로 잘 알려진 영화는 사실 자메이카 최초의 봅슬레이 팀 결성기를 담은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겨울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무더운 카리브해 섬나라 선수들이 19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무대를 향해 도전하는 이야기다.
‘쿨러닝’은 따뜻한 웃음과 함께 꿈을 향한 도전, 편견을 깨뜨리는 용기, 그리고 함께 땀 흘리며 만들어내는 팀워크의 가치를 전한다. 끝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도전 정신은 지금도 올림픽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영화가 준 감동 때문일까? 더운 나라 선수들이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두고 ‘쿨러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 ‘코치 카터’ 스틸컷. 배급사 제공


코치 카터(농구)
‘코치 카터’는 농구 스타 출신 켄 카터(새뮤얼 잭슨)가 미국 고등학교 농구팀 코치로 부임해 학생들과 좌충우돌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카터는 학생들에게 농구 실력뿐만 아니라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준 학점 이하로 떨어지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팀이 연승을 달려도 학업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단호하게 체육관 문을 잠가버린다. 운동과 승리가 전부가 아님을, 학생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학업에 매진하기를 독려한 것.
“나는 선수를 코치하러 왔는데 제군들은 학생이 되었다. 나는 소년을 가르치러 왔는데 제군들은 성인이 되었다”라는 영화 속 명대사처럼, 처음엔 반항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카터의 진심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코트 위 승패를 넘어, 교육과 성장, 그리고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47 보스톤(마라톤)
‘1947 보스톤’은 일제강점기 마라톤 영웅 손기정(하정우)이 제자인 서윤복(임시완)과 함께 1947년, 해방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국제대회인 ‘보스톤 마라톤’에 도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는데도 시상대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려야만 했던 손기정의 아픔과, 독립 이후 세계 무대에 당당히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었던 한국 마라토너들의 열망을 그렸다. 강제규 감독은 개봉 당시 “영화의 80% 정도가 윤색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2의 손기정’이라며 촉망받았던 서윤복은 손기정의 권유로 보스톤 마라톤을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지만, 여정은 험난하다. 정부의 지원도 없고, 운동화 한켤레 살 돈도 없이 온갖 역경과 차별을 견디며 밤낮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손기정의 한을 풀고 국민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나선 국제대회에서, 서윤복은 과연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을까? 검색 한번이면 결말을 알 수 있지만, 뜨거운 감동을 직접 느껴보길 추천한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