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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을 꿈꾸시나요? 저는 한 가지를 끝까지 파다 보니 길이 제게로 오더군요.”
최근 드라마화가 확정된 웹소설 ‘상남자’의 원작자 김태궁(41) 작가는 자신을 “애초에 작가를 꿈꾸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009년 LG디스플레이에 입사해 16년째 현업에서 일하는 그는 지난해 말 연구소로 옮겼고, 올해 초부터 서울대 박사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를 연구 중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네이버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2011년쯤 사내 TIGER금은선물(H) 주식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보고 디스플레이 역사·기술 칼럼을 쓰며 뼈대를 잡았다”며 “더 욕심을 내서 언제든 쓸 수 있는 웹소설을 시작했다. 취미였는데 독자들이 공감하면서 서서히 길이 열렸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이른바 ‘오피스 회귀물’이다. 대기업 사장까지 오른 주인공 한유현이 신입 사원 시절로 돌아가 사람과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이야기. 청약상품
네이버 시리즈 기준 874화 완결, 평점 9.6의 장편이다. 웹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20년엔 네이버 웹툰으로도 만들어졌고, 이 웹툰이 글로벌 누적 조회 수 4억7000만회를 돌파하며, 지난 8월 드라마 제작 결정까지 내려졌다. 연출은 배우 김희원, 제작은 스튜디오N에서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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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상남자'표지./네이버웹툰


그의 소설이 현실감을 얻은 건 연구원으로서의 체험 덕분이었다. 그는 “2013년 OLED 양산에 투입되면서 해외 고객사 미팅, 공모전, 출장을 반복했는데, 현실에서 느낀 긴장과 압박을 소설 속에 그대로 녹이고 싶었다”며 “판타지지만 판타지로 황금성릴
보이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 속 주인공 한유현도 이런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그는 “정의롭지만 현실적인 사람, 관계와 시스템을 바꾸며 두뇌 싸움을 하는 인물이어야 독자가 설득된다고 봤다”고 했다.
집필은 전쟁에 가까웠다. 그는 “저녁 8~9시에 퇴근하면서 버스에서 구상하고, 새벽 3~4시까지 쓰고, 5~6시에 퇴고했다”며 “가온미디어 주식
두세 시간 자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2년간 이어갔고, 세 번이나 쓰러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꾸준히 연재하면서 매일 마감 시간을 지키려면 과감한 생략이 필수였다. “남에게 중요하지 않은 건 버립니다.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예측을 비틀고, 무대를 크게 바꿔야 독자가 따라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가족의 희생도 잊지 않았다. “잘돼도 마냥 기쁘기보다 답답하던 때가 많았는데, 믿고 기다려 준 가족 덕분에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은 현실 묘사의 힘은 회의실에서 나왔다. 김 작가는 “첫 회의의 긴장, 회의록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 같은 걸 몸에 새겼다. 연출상 과한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판타지스럽지 않게’ 제한을 뒀다”며 “면접 장면 덕분에 취업했다는 감사 인사를 받았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남자’ 웹툰은 직장인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일본 라인망가에서 휴먼 드라마 장르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그는 “마지막 회 댓글을 모아 지금도 매일 본다”며 “제 가치관이 누군가의 일상에 닿았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드라마 상남자의 원작자이자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 김태궁 책임연구원./박성원 기자


작가로서의 경험은 일하는 방식도 바꿔 놓았다. 그는 “‘과거의 한유현’이 ‘현재의 한유현’으로 바뀌듯 제 시야도 달라졌다”며 “힘을 빼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탁하고 협업하는 태도가 관계를 두텁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차기작 역시 ‘회사물’이다. 그는 “이번에는 IT 산업 현장을 더 깊이 파보고 싶다. 밖에서 보면 성공은 특별해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하다 보니 됐다’는 당연함이 있다”며 “그 당연함과 막연함 사이의 간극에서 나오는 특별함을 글로 써보고 싶다”고 했다.
“저는 좋아하는 기술을 끝까지 파다 보니 글로 연결됐습니다. 역설적으로 본업을 깊게 파다 보니 투잡을 하게 된 셈이죠. 깊이가 공감을 만들고, 공감이 기회를 데려옵니다. ‘상남자’는 제 얘기이자 모두의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