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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가장 깊은 언어다."
팔레스타인계 영국 작가 이사벨라 함마드(Isabella Hammad) 가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의 균열을 통찰한 신작 '낯선 이를 알아보기'를 민음사에서 선보인다.
이 책은 2023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에드워드 사이드 추모 강연(Edward Said Memorial Lecture)'을 토대로 한 에세이로, 이후 새롭게 쓴 「후기: 가자에 대하여」를 더해 완성됐다.
강연자로 초청된 그는 팔레스타인의 현실, 서구 제국주의의 잔재, 그리고 문학이 수행해야 할 도덕적 역할게임주
을 한 축으로 묶으며, 문학을 단순한 미학의 차원을 넘어 "인류의 기억을 지탱하는 윤리적 행위" 로 정의한다.
△팔레스타인 문제, 그리고 문학의 자리
함마드는 소설가로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서사와 인간의 자유라는 철학적 문제로 끌어올린다. 그는 "이스라엘의 자기방어 논리는 이미 점령당한 인구나우콤 주식
집단을 상대로 무기를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명분"이라 비판하며, 현실의 폭력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가 그들의 고통을 보지 않으려는 무관심"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인지의 순간(아나그노리시스, anagnorisis)' 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빌려온 함마드는 깨달음이란 구원의 순간이 아니라 "한계와 오류를 마주하는 파칭코
불편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즉, 문학은 독자에게 위로를 주기보다, 자신의 무지와 편견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타자의 고통에 닿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전환점과 위기의 시대
함마드는 강연에서 "서사적 시간에서 위기란 끝이 서서히 스며드는 징후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끝은 언제까지나 물러나는 지평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따장외주식거래방법
라서 문학은 '끝'을 말하는 예언이 아니라 '전환점'을 포착하는 감각에 가깝다.
그에게 전환점이란 단절의 순간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윤리적 전이(轉移) 이다. 팔레스타인이라는 현실의 절망 속에서도 그는 "문학은 폭력의 언어를 전복하고, 인간이 인간을 인식하는 새로운 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이골드몽
드의 유산, 그리고 타자의 윤리
이 책은 에드워드 사이드의 사유를 계승하며, 동시에 그를 넘어선다. 함마드는 "문학은 지식이 닿을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는 예술"이라 정의하며, 사이드가 말한 '표상의 정치학'을 21세기의 현실 속으로 끌어온다.
그녀는 "타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연민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라며, 독자가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인류 전체의 이야기' 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통 속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그의 문장은 오늘날의 전쟁, 난민, 혐오의 시대를 정면으로 겨눈다.
△세계 문단의 평가
'낯선 이를 알아보기'는 출간 전부터 세계 주요 문학 매체가 선정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으로 주목받았다.
커커스 리뷰는 "학문적 깊이와 정의로운 열정이 동시에 번뜩인다"고 평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함마드는 사회와 역사를 외과적 정밀함으로 해부하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노멀 피플'의 작가 샐리 루니는 "이 책은 지적 예리함과 도덕적 명료함, 그리고 깊은 목적의식을 겸비한 책"이라 극찬했다.
'슬픔은 날개 달린 것'의 저자 맥스 포터는 "이사벨라 함마드는 팔레스타인 투쟁이 인류 전체의 이야기임을 증명했다"고 평했고,
'동조자'의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은 "그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전통을 잇는 가장 날카로운 평론가"라고 말했다.
△작가의 길
이사벨라 함마드는 팔레스타인계 영국 작가로, 2019년 데뷔작 '파리지앵(The Parisian)'으로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선정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장편 '유령 등장(Enter Ghost)'으로 왕립문학협회 앙코르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랜타》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는 팔레스타인 문학제 연사로 활동하며, "예술이 정치보다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낸다"는 신념을 문학으로 증명하고 있다.
△책의 의의
'낯선 이를 알아보기'는 팔레스타인이라는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타자를 알아보는 일' 이 무엇인지 묻는 보편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문학이 현실의 폭력 속에서도 인간의 언어로 남을 수 있을까? 함마드는 그 답을 "끝이 아닌 전환점, 절망이 아닌 인식의 순간"에서 찾는다.
그의 글은 학문적 담론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 문학이 가져야 할 윤리적 책임을 단호하게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