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정권 초반의 지방 선거는 보통 여당의 '독식' 무대다. 새로운 정부의 추진 동력과 정책 기대감이 높을 때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중앙 정부와 손발을 맞출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그간 통했던 정치권 공식이다.
풀뿌리 권력을 선출할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이 정부가 출범한 지난 5개월 동안 정치권이 '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기정사실로 여겨왔던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조기 대선 직후는 물론,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공공연히 돌았다.
하지만 최근 들검증완료릴게임
어 이런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기점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다.
◇"이 게임 해봤다"…李 정부에 드리운 文 정부 그림자
10·15 대책은 이 정부 들어 세 번째로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지역·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상승전환
를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우리는 이 게임을 이미 한 번 해봤다", "예전에 이미 다 겪은 시나리오다"라는 등의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 대책이 집값 안정이라는 결과를 낳지 못할 거라는 예측에 기반한 반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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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2' 방송 화면 /사진=넷플릭스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부정적 반응은 확인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총통화 8163명, 응답률 12.3%)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이화공영 주식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10·15 부동산 대책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37%,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44%를 기록했다. 모름/응답 거절을 택한 태도 유보층은 19%였다.
문재인 정권 초반 당시와 비교하면 이 조사 결과의 의미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부동산 대책(8·2 대책) 발표 이후녹색성장관련주
와 비교해보면 그렇다. 강력했던 대책에 대해 당시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더 컸었다. 정부 출범 약 3개월 뒤 발표된 8·2 대책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10·15 대책과 유사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반응은 달랐다. 이 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국민들 사이에 있었다. 
2017년 8월 18~1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 전화 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 10.3%)에서 응답자의 67.6%는 대책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또 다주택 소유자 및 고가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도 83.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를 단적으로 비교하면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8년 전보다 30%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문 정권 시절 규제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잡혀가는 듯하다가 다시 치솟는 경험을 한 그 시절의 기억이 강력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정권 초반 지방선거는 여당 독무대' 공식, 내년에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내년 지방선거 판세 예측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여당의 압승을 점쳤던 정치권 일각에서 "서울은 이미 국민의힘이 이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문재인 정부 시즌2"라며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당선 확정이고, 경기도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문재인 정부 때 이미 겪은 부동산 규제의 데자뷔"라며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은 해볼 만한 선거가 됐다"고 했다. 여당의 '지방선거 프리미엄'이 깨질 것을 기대하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사진 기자단


하지만 일각에선 기회는 언제든 다시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여전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를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언제든 '똥볼'을 찰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실책이 반갑기보다는 우리 당의 '자해 플레이'가 더 무섭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부동산 규제 대책에 대한 반감과는 별개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등 굳건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56%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보다 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19%) 이 가장 많이 꼽혔다.
결국 이 정권의 부동산 대책이 단순한 정책 논란에 그칠지, 내년 지방선거의 판을 흔드는 변수가 될지는 여야 모두의 후속 대응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