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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 생각이 동안 안으로 있으면 붙이자 잠시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EPA 연합뉴스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한국 독자들은 라슬로의 작품을 열렬히 구매하고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기도 한 ‘사탄탱고’다. 이번 글에서는 환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소설 ‘사탄탱고’를 문학적으로 읽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른 관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확장해보려 한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던 1980년대, 헝가리의 한 집단농장 공동체가 황량하게 버려져 있다. ‘농장’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에는 돈도 희망도 없는 사람들만 모여 음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마을의푸른기술 주식
‘대장’ 이리미아시가 귀환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이리미아시는 마을 사람들을 이용하려 할 뿐이다. 결국 몰락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마을 사람들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들은 다시 절망적인 일상에 포박된다.
탱고는 과거·현재·미래가 중첩된 절망
요약하면 간단한 이야기이건만,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줄거미국주식종목
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작품은 총 12개의 장으로 된 2부 구성이다. 1부는 1장에서 시작해 6장으로 향하고 2부는 그 역순이다. 작품은 장마다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사건에 다층적인 풍부함을 부여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는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드는데, 이는 흥미롭게도 작품 내에서 현재가 증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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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소설의 사건을 세 가지 층위에서 경험한다. 첫 번째 층위는 역사적 층위다. 독자는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객관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한다. 두 번째 층위는 마음의 층위다. 인물에 대한 설명과 직접 털어놓는 속내가 각 인물의 ‘주관적 현재’를 증언한다.
마지막 층위는 메타적 층위다. 2부 1장(순서상 마지황금성릴
막 장)의 서술자는 의사다. 의사는 언제나 창문 앞에 앉아 마을 사람들을 강박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한다. 소설의 끝에 이르러 의사에게는 “마법처럼 그를 위해 마련된 길이 눈앞에 영상으로 떠”오르는데, 그다음부터 의사가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내용은 소설의 첫머리와 완전히 일치한다. 이 장면에서 의사는 일종의 예지력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의사는 입원야마토
해 있느라 이리미아시가 도착한 이후 마을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탄탱고’의 텍스트를 의사가 쓴 것이라면 작품 내용은 ‘미래에서 상상된 현재’가 된다.
‘사탄탱고’에서 드러나는 현재의 증식은 일견 질 들뢰즈와 앙리 베르그송을 연상시킨다. 들뢰즈에 따르면 “우리는 동시에 어린 시절, 청소년기, 노년기, 그리고 성숙기이다”. 베르그송은 “순수한 현재란 미래를 갉아먹는 과거의 보이지 않는 진행에 불과”하다고 썼다.
해당 관점에 따르면 ‘사탄탱고’는 도달할 수 없는 현재의 근원에 이르고자 하는 시도다. 작품의 1부 6장을 보자. 마을 사람들은 술집에 모여 밤새워 이리미아시를 기다린다. 새벽이 밝아오자 기다림에 지친 그들은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탱고를 통해 약간의 원기를 얻고, 사소하게나마 욕망을 발산한다. 탱고는 (은유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마을 사람들의 현재 모습이다. 그러나 각 인물의 심리와 행동은 춤을 춘다는 현재의 맥락보다 현재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운 각자의 과거에 기반한다.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춤을 춘다는 점에서 탱고는 미래를 향하고 있기도 하다. 탱고 장면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중첩된 시간적 총체다. 이는 춤의 본성이기도 하다. 춤은 사진으로는 결코 온전히 담을 수 없다. 시작(과거)부터 끝(미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 바로 춤이기 때문이다.
관찰하면 파괴되는, 불확정성의 원리 속 세계
다만 앞선 관점은 ‘사탄탱고’에 짙게 깔린 종말론적 뉘앙스를 과소평가한다. 작품의 세 층위는 서로를 보강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서로를 배신한다. ‘사탄탱고’에서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다 계획이 있어 보이는 이리미아시조차 실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객관적 현재와 주관적 현재의 불화) 한편 ‘미래에서 상상된 현재’는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하다. 실재와 얼마나 같을지 알 수 없다. 즉, 모든 걸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말조차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내가 보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애초 제대로 된 관찰부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만연체를 사용하면서도 정황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관찰 불가능성의 근거는 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제시한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일정 정확도 이상으로는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쉬운 비유를 통해 이해해보자. 당신은 안대를 끼고 있으며 당구봉만을 이용해서 당구공을 찾아야 한다. 당구공은 특수한 재질로 돼 있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움직인다. 당신이 당구봉으로 당구공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당구공은 데굴데굴 굴러 다른 위치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당구공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어디쯤 있을 거라고 추측만 할 수 있다.
비현실적인 비유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입자로부터 직접 듣는 방법은 없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는 해당 입자에 다른 입자를 충돌시켜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다른 입자가 빛(광자)인 경우를 가리켜 우리는 ‘본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물체들은 매우 크고 무겁기 때문에 불확정성의 원리를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작동하는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불확정성의 원리는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적 규칙이 된다. 그러니까 ‘사탄탱고’의 ‘농장’ 정도의 세계에서라면 말이다.
불확정성 원리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이것이 관찰의 한계가 아니라 자연의 근본적인 특성이라는 점이다. 입자는 본질적으로 특정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갖지 않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는 입자이자 동시에 파동이라서 관찰되지 않을 땐 애초에 하나의 고정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는 중첩돼 있다. 양자를 관찰하려는 행위야말로 중첩된 상태의 파동함수를 붕괴시켜 그 다층성을 파괴한다.
스쳐갔을 환희도 지우는, 소설 원형 속 아이러니
‘사탄탱고’에서 마을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소녀가 자살하고, 마을 사람들의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이 음울하고 종말론적인 분위기는 어쩌면 애초에 그들이 관찰당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는지도 모른다. 때때로 그들의 삶을 스쳐갔을 환희와 즐거움과 열정을 붕괴시켜버린 것은 소설 그 자신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악마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서윤빈 소설가
*세상 모든 콘텐츠에서 과학을 추출해보는 시간. 공대 출신 SF 소설가가 건네는 짧고 굵은 과학잡학. 3주마다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