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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는 '의료와 보건 지도를 임무로 하는 자'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 지도를 임무로 하는 자'로 명확히 구분된다. 그러므로 각 의료인이 이 같은 면허 범위 외의 행위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다. 이 때문에 얼마 전까지는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우리 의료가 의사와 한의사 두 직역의 면허 범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의료 이원화 체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22년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전의 판결 경향과 달리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 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릴게임알라딘
한 행위를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보건 위생상 위험하지 않고 한의학적 의료 행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더 나아가 2024년 1월 수원지방법원 항소심에서도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진단용 초음파 기기는 인체 내부 장기, 조직과 혈관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상진단 장비다. 장기의해외선물
움직임이나 혈류와 같은 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복부초음파, 산부인과 초음파, 혈관 초음파, 근골격계 초음파 등이 있다. 골밀도측정기는 엑스레이 기반 검사로 칼슘 등의 뼛속 무기질의 양과 뼈의 밀도를 측정해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골다공증 혹은 골감소증 여부를 진단하는 데 쓰인다. 뼈 손실 진행과 치료 경과 관찰용으로도 사용한다. 일부 장비는 근육량과곡물관련주
지방량의 분석 기능도 있다.
그런데 초음파 기기를 이용한 검사와 진단, 골밀도 측정기의 사용 모두 사용자의 기기를 다루는 숙련도와 관련 최신 적용 사례 등에 대한 연구 정도에 따라 치료 성과와 환자의 안전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두 기기의 가격대도 수준에 따라 몇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른다.
사법부의 판단 변화에이블시엔씨 주식
는 한의사들에게 이들 초음파 장비와 골밀도측정기의 사용을 자유롭게 했고 더 나아가 기존 의사들이 사용해 온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의 엄격한 판단 기준에 따라 명확히 유지돼 온 의사와 한의사 면허 체계 자체 또한 심각한 불안정성에 직면하게 됐고 의사 단체와 한의사 단체 간 불신과 갈등 역시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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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사한 전통의학 체계를 가진 중국의 중의학은 국가 주도 하에 적극적으로 현대화 및 과학화의 길로 일찍이 나섰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중의학 발전을 위해 중의사의 현대 과학기술 이용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각종 장비의 사용을 장려한 뒤 현대 의학과 중의학 간의 통합을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의료 일원화 모델'을 채택했다.
반면에 미국은 주(州)별로 침술사(Acupuncturist)의 면허 범위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면허 범위를 전통 동양 의학 개념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의학적 진단과 의료장비의 사용을 불허한다.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와 같은 진단이 불가능하다. 침술사는 환자가 이런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사(Physician) 또는 치과의사에게 즉시 보내야 한다.
한국의 한의사는 중국 중의사처럼 강력한 제도적 위상을 가진 반면, 의학과 한의학 간에 국가 주도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침술사보다 광범위한 진료 권한을 가졌지만 의료장비 사용에 있어서는 미국과 같은 엄격한 사용 제한을 두었다. 그렇게 유지돼 온 의사와 한의사 간 면허 경계가 최근 법원 판단의 변화에 따라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판결 변화에 발맞춰 한의사들이 의사들이 사용해 온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면허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한의사가 현대 영상 진단 장비를 사용하면 오진 위험이 높아져 국민 건강에 크게 해로울 수 있고 이원적 의료 체계에서 한의사가 의학적 방법으로 진단 기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 기기를 진료에 활용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 며 법원의 판단을 지지하고 있다.
이같이 법원 판결이 바뀌어 면허 범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의사와 한의사 사이의 교육 수준 격차와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을 해소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진료의 전문성과 환자의 안전을 동시에 해칠 위험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대로 한의사들의 해당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 부족 문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환자의 안전성 담보를 위해 사용 허용 기기의 종류를 단계별로 구분하고, 이에 상응하는 교육 이수 및 국가 인증 제도를 의무화 해야 한다. 당연히 의대 수준의 영상의학 판독 교육 이수와 일정 수준의 임상 경험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 역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는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이 약 180여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한곳에서 의학과 한의학 통합 진료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하면 통합 진료 모델의 임상적∙경제적 사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구축된 통합 진료 모델은 의학과 한의학 협력 진료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될 것이며, 궁극으로 의학과 한의학의 일원화 진료 모델을 수립하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면허 범위 논쟁을 넘어,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궁극으로 이원화된 우리 의료 체계를 단계적으로 융합하는 일원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를 보여준다. 의사와 한의사 간 면허 범위를 넘어, 전통 의학인 한의학과 현대 과학기술을 근거로 하는 의학의 일원화야말로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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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출 대표 (medicallead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