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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금세 몇 알 따서 주부재태크
내게 까마중을 건네주었다. 두려움 반 묘한 설렘 반으로 입안에 넣었는데 생각보다 별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맛이 좋았다면 김치로 만들어졌겠지. 가지과 식물답게 묘하게 방울토마토와 가지를 반반 섞어놓은 듯 흐물흐물한 식감에다가, 완두콩보다도 작은 크기의 열매는 밍밍했다. 독이 있는 열매를 먹어봤다는 신기함이 더 컸다. “우리 어릴 때는 간식 같은 게 별로주식정보제공
없어서 친구들이랑 까마중을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먹곤 했어요. 요즘엔 맛있는 게 워낙 많아서 이런 거 잘 안 먹죠?”


그 이후로 나는 재개발 단지에서 산책할 때 꼭 까마중을 소개하며 ‘독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괜찮다면 한번 맛보라고 한다. 특히 20대 젊은 친구릴게임 손오공
들이 매우 신기해하며 먹어본다. 길에서 열매를 직접 따서 먹는 것이 어색하다는 표정이지만 입안에서 톡 터지는 까마중 열매의 맛을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내가 식물의 ‘매개자’가 되는 순간이다.




번식력이 강한 까마중에는 독이 들어 있다. ⓒ백수혜 제공데오스




재개발 단지의 식물 구조를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종종 오는데 그중 가장 반가운 것은 젊은 친구들의 연락이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도 바쁜 삭막한 세상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관심을 가진다니,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아는 청년들의 마음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학생 친구들과 재개수익률차감 주식
발 단지를 둘러보며 버려진 식물을 함께 구조한다. 주변에서 자라던 식물의 이름을 잘 아는 우리 윗세대와 달리 2030 세대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식물에 대해 설명해줘야 한다. 함께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식물 유치원을 운영하기 전에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쩌다 우리 세대는 우리 동네 자생식물의 이름조차 잘 모르게 된 것일까?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목표 지향적으로 살다 보면 공기처럼 늘 곁에 있는 주변 풍경에 쉽게 눈길을 두지 못해서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보다 윗세대는 친구·가족과 함께 산에서 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자연스럽게 식물의 이름과 생태를 알게 되었을 터다.


이와 달리 지금 세대는 생활 방식도, 정보를 얻는 방법도 완전히 달라졌다. 온라인에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데 누군가를 귀찮게 하면서까지 알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모르면 내가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 알아볼 수도 없다. 경험을 통한 배움이 가진 힘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사람에게 배우면 질문 하나가 여러 이야기로 이어져 뜻밖의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이 ‘우연한 배움’은 인터넷이 주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이다. 누군가에게 직접 배우는 경험은 여전히 특별하다.


그런 의미에서 재개발 단지의 식물을 보러 ‘직접’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나는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전해주려 한다. 비록 나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한 식물의 세계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희귀한 식물만이 아니라 우리 곁의 흔한 풀꽃들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치로 함께 지켜가고 싶다.

백수혜 (‘공덕동 식물유치원’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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