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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진휘미   댓글: 0   조회수: 3 날짜: 2025-11-0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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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로 배워야 실력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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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대기업을 물려받은 M 부회장, 탄탄한 참모조직이 만든 회의 일정과 자료로 차곡차곡 실력을 키우고 있다. 회사 인재들의 정돈된 발표와 토론을 보면 회사의 미래전략이 손에 잡힌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회담도 준비된 자료로 물 흐르듯 진행된다. 물론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한 결과다. ‘세계적 인물들’과 교류하며 얻은 얘깃거리와 고액의 컨설팅을프리스닥
더해 만들어진 국내외 정보는 대화의 품격을 높여준다.미안한 얘기지만 M 부회장은 ‘대를 이어 권세를 지키려는’ 궁정정치에 얹혀 바보가 될 뿐이다. 노련한 상대방이 준비되지 않은 의제를 던지면 사업의 속사정을 모르니 세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잘 정돈된 회의 테이블이 아닌 갑작스러운 대화에선 무력할 뿐이다. 최종 결정권자들만의 담판에서 상대가 기습적으로 동아화성 주식
나오면 ‘다음에 얘기하자’며 미룰 수밖에 없다. 아수라장을 헤쳐온 권력자는 겁이 덜컥 나는 얘기를 농담처럼 던지며 준비되지 않은 의제를 불쑥 꺼내 얼을 빼놓는다. 술잔이 날아다니는 자리에선 말할 것도 없다. 고액 태권도 과외로 약속 대련을 20년 한들 피가 튀는 실전에선 쓸모가 없다. 발차기가 아무리 화려해도 한 대 맞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맨다. 어떤 운동도 돈 내고 취미로 배운 동호인이 실전에서 매로 배운 선수를 못 이기는 이유다. 전략은 사업이든 전쟁이든 한번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돈과 운명이 날아가는 일이다. 책상머리 공부와 짜맞춰 놓은 약속 대련으로 나설 판이 아니다.역사물에는 변방으로 떠나 영지를 개척하고 돌아와 훌륭한 왕이 되는 스토리가 많다. 역경을 이긴 영웅의 서사를 기대하는 면도 있지만 실제로 궁중에서 환관들이 업어 키운 왕자님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세의 영주들은 자식을 작은 전쟁부터 내보내서 작전과 군대 운영, 음모와 배신의 현실을 익히게 만들었다. 경영도 다르지 않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전개, 어이없는 실수, 반칙과 꼼수 등 더럽고 치사한 현실에서 매로 배워야 힘들여 수련한 것들이 ‘평소 실력’이 되고 결정적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런 실력이 차곡차곡 다져지고 커지면 진정한 고수(高手)가 된다.공부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다져서 정리한 내용이 매로 배운 경험에 더해질 때 진정한 실력이 되고 실전경험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실전 운운하며 공부를 무시함은 무지와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매 맞아서 고수가 된다면 누구인들 못하겠는가.
◆평소 실력 발휘가 어려운 이유
M 부회장은 회사일을 하다 보면 심란하기 짝이 없다. 중역들은 나이 안 어울리게 쩔쩔 매는 데다 매사 느리고 둔하다. 직원들도 뭐 하나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일이 거의 없다. 회사 들어오기 전에 컨설팅사에서 경험한 반짝반짝하는 대화들과 너무나 다르다. 측근 참모들이 붙여준 전문가들의 잘 정돈된 얘기와 비교하면 한심할 뿐이다.중역들이 쩔쩔매는 것은 M 부회장의 체제가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뜻이다. 느리고 둔한 것은 일의 본질 이외에 더 생각할 사내정치가 심란하기 때문이다. M 부회장이 허심탄회하게 믿고 대화할 수 있다면 수십 년 사회생활 한 중역들이 그렇게 한심할 수는 없다. 자주 접하지 못하니 공유된 맥락이 없고 그래서 말 한마디 오해를 사면 나락으로 간다. 솔직하게 말한다고 M 부회장이 믿어준다는 보장이 없고 실세 측근들에게 밉보이면 퇴사는 기본이고 민형사 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힘 없는 직원들은 사정이 더 딱하니 좋은 말 떠들면 그만인 전문가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접대에 사내정치, 요즘은 부하직원들에게도 시달리느라 정신이 혼미한 처지에 혁신적 노력, 자기계발은 고사하고 평소 실력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모르면 ‘세계 최고의 인재’를 영입해도 한 달 만에 똑같은 바보가 될 뿐이다사실 60살 넘은 사장들도 쩔쩔매는 체제는 사업은 망쳐도 ‘지배’에는 효과적이다. 입사 연수부터 수십 년간 각인된 복종심에 더해서 별다른 대안은 없고 잃을 것은 많은 냉정한 계산이 작동한다. 이리저리 시달리는 직원들에게 안 되는 일, 쓸데없는 일 잔뜩 시켜서 얼을 빼놓고 안 되면 밤새 술까지 먹여 기를 꺾는 지배의 기술은 천하제일 무사도 노예로 만든다.영악한 상대는 이런 체제의 빈틈을 파고든다. 예상치 못한 공세로 판을 흔들고 가뜩이나 심란한 사람들을 더 겁먹게 만든다. 이리저리 눈치 보는 겁먹은 무사들과 전쟁터에 나가면 이길 수가 없다. 창의와 혁신은 고사하고 평소 실력 발휘하기가 이렇게 힘들다.
◆한심한 경영자, 만만한 머슴
경영학 책에는 창의와 혁신을 내건 그럴듯한 말이 넘쳐나지만 현실에선 평소 실력조차 발휘하기 힘들다. 회사를 출세와 이권의 수단으로 삼는 기업 내시와 회사공무원, 그들의 정치에 얹혀 바보가 되는 경영자는 유능한 장수보다 만만한 머슴이 편하다. 사람 얼빼고 겁먹게 만드는 기술은 무궁무진하고 순응의 대가는 달콤하다. 애초에 회사는 맘 편하려고 다니는 곳이지 투쟁의 판이 아닌지라 힘을 모으기도 어렵다.실패는 소중한 경험이니 자산이 되도록 돕고 다시 기회를 주어 키워야 하지만 남 잘되기 바라는 사람은 없고 같이 책임지기는 싫다. 건수 잡아 목을 쳐서 기강을 잡는 것은 궁정정치의 기본이다. 시키지도 않은 ‘창의적 도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영자가 스스로 깨닫고 ‘지배를 위한 체제’를 깨지 못하면 웅크리고 지키다 망할 뿐이다.훌륭한 경영자라면 애초에 포획되지도 않았겠지만 떨쳐 일어나 바꾸려 해도 걱정이 태산이다. 편히 부리다 약점을 잡혔고 회사 안팎에 촘촘하게 짜여진 기득권 구조에는 M 부회장 일가도 한 몸이 됐다. 그럴듯한 인물들을 내세우고 미디어로 포장하면 성공사례가 돼 거스르는 자가 바보가 된다. 역사에 늘 반복되는, 그러나 피하기 어려운 스토리다. 나쁜 회사, 바보 경영자를 가려내는 안목이 나라 경제를 살린다.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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