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축구는 승패로 평가받는 스포츠지만 그 시선을 조금 다르게 두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신승기 금정SCU12축구클럽 감독이다.
신 감독에게 축구는 ‘이기는 법’보다 ‘성장하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경기 결과보다 아이들의 인성과 배려,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12일 <아이뉴스24>와 만난 신승기 감독은 “이기는 경기보다 배우는 경기가 더 가치 있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뛰는 축구, 그게 제가 바라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소년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신 감독이 처음 축구공을 잡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부산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내며 줄곧 팀의 주장을 맡았고, 전국대회 입상으로 ‘기량 발전 상’을 받을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U-18(18세 이하)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프로에 입단한 후에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연습생 시절 대학에 진학해 ‘2002 한일 덴소컵’ 대학대표로 선발되며 주목받았고, 이후 화성FC(K3리그)에서는 우승과 수비 부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내셔널 리그에서는 창단 첫 컵대회 우승을 이끌며 탄탄한 선수 경력을 쌓았다.
특히 싱가포르 프로리그에서의 경험은 그의 시야를 한층 넓혔다. 해외 무대에서 다양한 전술과 문화를 접하며, 신 감독은 축구가 단순한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지난 2012년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선수 생활을 마 친 그는, 고교 시절 스승의 권유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코치를 거쳐 2021년 7월 금정SCU12축구클럽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지도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3년 대한축구협회 우수팀·우수지도자상(정몽규 회장 직접 시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해외 우수지도자 연수에 참여했다. 이어 올해에는 부산광역시교육감 표창을 수상하며 유소년 축구 교육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부임 첫 해 부산권역리그 1위, 왕중왕전 진출, 전국체전 동메달을 따냈다”며 “그때 아이들과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신승기 금정SCU12축구클럽 감독이 12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예진 기자]


신 감독의 지도 철학은 단순하다. 강압적인 훈련보다 아이들이 즐기며 배우는 축구를 지향한다.
그가 이끄는 금정SCU12축구클럽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으로 구성돼 있으며, 밝고 건강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된다. 신 감독은 “코칭스태프 누구도 언어폭력이나 과한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도 방침은 신 감독의 전문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대한축구협회(AFC) A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초등 유소년 지도자는 D~C급 자격증을 갖는다. 신 감독은 초등학교 코치였던 2015년 남들보다 앞서 A 라이선스에 도전해 취득하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신 감독은 “당시 초등학교 지도자로는 유일했지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며 “그 경험이 지금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그가 감사함을 느끼는 계기로도 이어졌다. 신 감독은 “최승범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님께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의 교육 철학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꾸준한 철학과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 부임 당시 14명에 불과하던 선수가 현재는 예비선수반까지 포함해 200명으로 늘었다. 신 감독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는 환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선수가 늘었다”며 “결국 교육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승기 금정SCU12축구클럽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우수팀·우수지도자상을 받은 장면과 지도하는 선수들과 찍은 모습. [사진=본인 제공]


그가 지도하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많다. 올해 충북 괴산대회에서 4학년 선수들이 5학년 대회에 출전해 거의 전승으로 우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신 감독은 “주전·비주전 모두 골고루 출전해 일군 우승이라 더욱 뜻깊었다”며 “MVP도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선수에게 줬다. 그 사소한 순간이 아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돼 서로를 응원하며 성장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부산권역 5학년 리그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그의 제자들 중에는 여러 프로팀의 관심을 받는 유망주도 많다.
실제 4~5학년 중 여러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아이들이 있고, 화랑대기 대회에서는 16세 대표팀 김현준 감독이 직접 경기를 찾아 격려했다. 김병수 대구FC 감독 역시 일부 선수의 기량을 칭찬하며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신 감독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보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를 더 높이 평가한다. 그는 “누가 가르쳐도 잘 되는 아이는 있지만 안 된다고 여겨지는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제가 직접 지도한 제자 2명이 올해 말레이시아 2부 프로팀에 입단했고, 금정SCU12 출신 5명이 성인팀으로 진출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교육 철학에는 축구를 넘어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에 대한 신념이 담겨 있다. 신 감독은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10년째 지역 보육원 한 곳을 꾸준히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 감독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한 명의 아이를 가르친 인연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명절 때나 평소에도 간식이나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며 아이들을 만나는데 그 시간을 통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초심’을 지킬 수 있다. 그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제게도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소년 지도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한계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아직도 초등학교 지도자는 무능하다는 시선이 아쉽다”며 “하지만 유소년 지도가 바로 한국 축구의 뿌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도자 역량 강화를 위한 자격증 관리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감독은 “자격증은 한 번 따면 끝이 아니라 주기적인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경기 중 언행이나 아이들에 대한 태도도 교육의 일부로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학 문제에 대한 그의 철학도 분명하다. 신 감독은 “프로 산하 팀이 정답은 아니다. 명품 옷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 아이에게 맞는 환경에서 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성장 속도와 실력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 감독의 가장 큰 목표는 ‘함께 존중하고 배려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는 축구를 연극에 비유하며 “연극은 관객이 있어야 완성되고, 축구는 관중이 있어야 빛난다. 현실의 축구도 마찬가지로 개인보다 팀이 중요하다. 서로를 믿고 함께할 때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운동을 하며 그런 것을 배웠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꼭 심어주고 싶다. 아이들이 축구선수로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축구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