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휘문고 정문 앞에서 수험생들이 입실을 위해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 황인성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매서운 ‘수능 한파’ 대신 영상권의 날씨가 수험생들을 맞았다. 포근한 날씨 속에서도 시험장을 향하는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서울 강남구 휘문고와 중구 이화여고, 두 시험장의 아침 풍경은 사뭇 다르면서도 간절함 마음 만큼은 꼭 닮아 있었다.“선배님, 찍어도 정답!”…달라진 응원 풍경이 황금성릴게임사이트 른 새벽부터 자리를 지킨 건 중동고 1·2학년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학교별 단체 응원전이 사라진 최근 추세에 맞춰 동아리(방송부, 화학부)별로 각 학교에 배정돼 선배들을 기다렸다.중동고 2학년 권범준군은 “한 해 동안 정말 수고하셨다. 수능이 끝이 아니라 대학 원서 접수도 남았으니 끝까지 긴장하지 마시고, 시험 후에는 즐겁게 노셨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보냈 신천지릴게임 다. 1학년 강현준군은 “3년 고생하신 만큼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잘 찍어서 원하는 대학에 꼭 가시길 바란다”며 재치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휘문고 정문 앞에서 중동고 후배들이 수능을 치르는 선배와 포옹하며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응원을 전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조삼모사 알지?” 이화여고 앞에는 애교가 담긴 유머가 등장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밤을 새웠다는 박민기(20)씨는 긴장한 여자친구에게 ‘조삼모사’라는 독특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을 찍으라고 했다”며 웃음 릴짱 지었다.올해 고3인 2007년생, 이른바 ‘황금돼지띠’ 수험생들의 긴장감은 남달랐다. 이화여고에서 만난 보성여고 3학년 정나경양은 “동갑내기 친구들이 워낙 많아 경쟁이 치열할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준비한 만큼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도시락에 담긴 ‘부모의 마음’교문 앞은 자녀를 들여보낸 부모들의 애틋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이화여고 앞에서 만난 4 알라딘게임 0대 학부모 A씨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이가 많이 떨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평소 좋아하는 콩나물, 동그랑땡, 김치 같은 반찬으로 도시락을 쌌다”고 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휘문고 정문 앞에서 한 학부모가 교문 너머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황인성 기자  



오전 7시20분을 넘기며 입실이 절정에 달했다. 어머니들은 아들을 말없이 포옹했고, 아버지들은 묵묵히 어깨를 두드렸다. 한 남성 학부모는 아들이 교문 안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전해졌다. 그는 “아들이 오늘 저녁 바로 논술 준비를 하러 가야 해서 시험 끝나면 이동 중에 간단히 함께 저녁을 먹을 계획”이라고 전했다.두 아들을 응원하러 온 풍문고 학부모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이미 경희대에 재학 중인 큰아들은 본인의 ‘과잠’을, 수험생인 둘째 아들은 누나의 대학 ‘과잠’을 입고 입실했다. 그는 “소화 잘되는 도시락을 챙겨줬다. 다 맞는 시험이 아니니 시간 안배 잘하고 아는 건 다 풀고 오라고 했다”며 웃어 보였다.반바지 입은 N수생부터 ‘미리보기’ 온 고2까지휘문고 앞에서는 다양한 수험생과 ‘예비 수험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바지 차림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N수생(상문고 졸업)은 “안 춥다”고 짧게 말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예체능 입시를 병행 중이라는 재수생 박씨와 C씨는 이화여고 수험장으로 향하며 “졸리긴 하지만 우리는 예체능이라 마음이 비교적 가볍다. 최대한 주변에 폐 끼치지 않고 보겠다”고 했다.내년 수능을 대비해 미리 현장 분위기를 보러 왔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경기고 2학년 H군·K군은 “응원하러 온 건 아니고, 수능날 분위기가 어떤지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대부고 1학년 여학생 2명도 휘문고 앞을 찾아 조용히 아침 풍경을 관찰했다.




13일 오전 8시에 비상수송차량을 타고 이화여고 시험장에 등장한 수험생 모습. 서지영 기자 



잊어버린 신분증, 달려온 도시락…‘아찔한 순간’아찔한 돌발 상황도 있었다. 이화여고의 수험생 B양은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와 발을 동동 구르며 가족을 기다려야 했다. 휘문고에서는 ‘도시락 공수 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입실 마감 시간인 8시10분이 지나고 교문이 굳게 닫히려던 찰나, 8시20분경 한 어머니가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아들이 도시락을 깜빡하고 들어간 것. 규정상 학부모는 들어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어머니에게 수능 관계자가 다가왔다.“어머니 괜찮습니다. 저희가 1교시 마치고 꼭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전화도 따로 드릴게요.”관계자의 차분한 설명에 그제야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진맥진한 채 발길을 돌렸다.




13일 오전 8시13분 이화여고 시험장 출입문 통제를 하던 경비원이 문을 반쯤 폐쇄하고 있는 모습. 서지영 기자 



오전 8시30분, 교문이 완전히 폐쇄되자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중동고 후배 3명이 교문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은 “고맙다, 정말 고맙다”며 학생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꺼내 큰절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담기도 했다.수험생들의 긴 하루가 시작된 뒤에도 교문 밖 부모들은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시험장 안에 들어간 선배들을 향해 휘문고 정문 앞에서 큰절을 올리는 중동고 후배들. 황인성 기자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